재판소원·법왜곡죄 시행 100일…엇갈리는 평가
- 2026-06-19
재판소원 제도와 법왜곡죄가 시행된 지 100일을 맞은 가운데,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본권 보호를 확대하고 사법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법체계 혼란과 법관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2일부터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는 기존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 판결까지 심판 대상으로 포함한 것이 핵심이다.
헌법재판소가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판결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됐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달 8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 사건은 총 877건이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로 넘겨진 사건은 8건에 불과했다.
제도 도입 당시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 역할을 하면서 사법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사건이 초기 심사 단계에서 각하되면서 예상했던 수준의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서채완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를 통해 기본권 침해가 의심되는 판결에 대해 다시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부적절한 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판결문 작성 수준 역시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법원의 심리불속행 제도뿐 아니라 법률 해석의 적정성을 다루는 사건들까지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면서, 사실상 4심제 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재판 현장에서는 향후 재판소원을 염두에 두고 절차적 적법성을 이전보다 세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헌재가 재판소원을 인용한 사례가 없어 구체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법원 판결을 취소할 경우 이후 재판 절차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내부 연구반을 중심으로 관련 후속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법왜곡죄 역시 시행 이후 다양한 논란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해당 범죄는 형사법관과 검사, 경찰 등이 특정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거나 권리를 침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6일 기준 경찰에 접수된 법왜곡죄 관련 고발은 327건, 대상자는 총 5,805명으로 집계됐다.
직군별로는 경찰이 1,56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사 376명, 판사 242명, 검찰수사관 및 특별사법경찰관 157명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464명은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분류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관련 사건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이달 15일까지 공수처가 접수한 사건은 총 69건으로 집계됐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경찰과 공수처에 고발된 바 있다.
다만 법왜곡죄의 수사 권한을 어느 기관이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시행 초기부터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령에서 수사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기관별 해석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 등이 함께 적용된 경우에만 수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법왜곡죄만 단독으로 적용된 사건은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 사건 역시 국가수사본부로 넘겨졌다.
사법부 내부에서는 법왜곡죄가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이 무분별하게 고발을 남발할 경우 법관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고발 자체만으로도 수사기관 출석과 조사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하다며, 향후 형사재판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직무 관련 고소·고발에 대응하는 '직무소송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법관에게 지원되는 변호인 선임 비용 한도 역시 기존보다 대폭 확대했다.
대검찰청도 검찰공무원 직무보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고소·고발을 당한 검찰 구성원들에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법률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법왜곡죄는 단순한 법 해석 오류가 아니라 고의적인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인 만큼, 명백한 증거가 없는 이상 실제 유죄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시행을 계기로 새로운 법률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다수의 대형 로펌이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새로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