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잠깐 빌린 50만원이 3천만원으로”…시간당 50% 이자의 공포

  • 2026-03-09

“잠깐 빌린 50만원이 3천만원으로”…시간당 50% 이자의 공포

 

서울 관악구에 사는 40대 남성 정모 씨는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빌렸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직업 없이 생활고에 시달려 왔던 그는 은행이나 카드사 대출이 사실상 막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주부 대출 전문. 신용불량자·파산자도 24시간 대출 가능.”

 

당장 생활비가 필요했던 정 씨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심정으로 텔레그램 대출을 신청했다. 처음 빌린 돈은 40만~50만 원 정도의 소액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며칠 만에 정 씨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대출 상환 기한은 고작 7~10일.

 

짧은 기한 안에 갚지 못하면 이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어떤 경우에는 매주 80%가 붙었고, 심지어 시간당 50%를 넘는 이자가 적용되기도 했다.

 

이자를 막기 위해 정 씨는 또 다른 대출을 받았다. 그렇게 대출을 반복하는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정 씨가 떠안게 된 빚은 원금을 제외하고도 3000만 원을 넘었다. 상환이 조금만 늦어져도 상황은 더 악화됐다.

 

대부업자들은 정 씨에게만 연락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날 이후로 계속 후회하며 살고 있습니다.”

 

최근 텔레그램을 비롯한 SNS를 이용한 불법 사금융과 추심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노려 고금리 대출을 유도하고, 상환이 늦어지면 협박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현재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한 불법 대부업자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금액은 원금을 포함해 최소 5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피해자의 고소가 접수돼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법 대출은 보통 무작위 광고 메시지에서 시작된다.


대부업자들은 문자나 텔레그램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유혹한다.

 

“조건 없이 24시간 대출 가능. 텔레그램 ID ○○.”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에는 절차도 거의 없이 소액 대출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대출업자들은 상환 기한을 7~10일, 심하면 몇 시간 단위로 설정한다.


그리고 기한을 넘기면 ‘시간당 50%’와 같은 터무니없는 이자를 부과한다.

 

결국 피해자들이 연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부업자들은 이른바 ‘대출 돌려막기’를 유도한다. 대출 과정에서 확보한 개인정보는 다른 불법 대부업자들과 공유된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A업자에게 돈을 갚으려 할 때, B업자가 접근해 “이자 없는 대출”이라며 추가 대출을 권유한다.

 

피해자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 B업자는 잠적한다.

남은 A업자는 더 많은 이자를 추심하고, 그 이익을 다른 업자들과 나눠 갖는 방식이다. 돈을 갚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협박이 이어지기도 한다.

 

대부업자들은 대출 신청 과정에서 상환 계획과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비상연락망이라는 명목으로 지인 연락처까지 확보한다.

또 피해자에게 특정 포털 계정에 로그인하게 한 뒤 휴대전화 주소록을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의 가족과 지인을 협박하거나, 또 다른 피해자를 찾는 데 활용한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에게는 범죄 가담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자를 갚을 때까지 범행에 협조하라”는 식이다.

 

정부는 그동안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해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2024년,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싱글맘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은 피해 신고와 구제 지원을 강화했다.

 

경찰도 전국 261개 경찰서를 중심으로 불법 사금융 특별 단속을 실시했다.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1만7538건으로 집계됐다.전년보다 2141건 늘어난 수치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찰의 검거 건수와 환수 금액 역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검거 건수는 3365건, 환수 금액은 309억 원으로 전년(1977건, 187억 원)보다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불법 추심 피해를 입었다면 즉시 신고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출이나 폭행·협박이 동반된 불법 대출의 경우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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